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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경의 열매] 김해성 (7) 군부독재 배후 보며 신앙심 흔들려
    Admin     2007/06/27 9:25 am

[역경의 열매] 김해성 (7) 군부독재 배후 보며 신앙심 흔들려

[국민일보 2006-10-03 15:21]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세상이 온통 바뀌어 있었다.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대학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학교에 전화를 하니 이미 군인과 경찰이 진주해 기숙사에 있던 학생 전원을 연행해 갔고 군인과 경찰들이 아직도 교정에 남아 있다는 전갈이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격으로 즉시 친구 집으로 피신했고 얼마 뒤 경찰이 집에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깥 출입에 부담을 느낀 나는 친구와 함께 TV를 보거나 장기와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전남 광주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신대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유동운일 줄이야.

결국 나는 비겁한 사람이었다. 비상계엄이 확대되고 휴교령이 내렸을 때 동운이는 광주에 내려가 전남도청을 사수하다가 사살됐고 지금 망월동에 묻혀 있다. 그런데 나는 도망을 치고 친구 집에 숨어서 바둑이나 두다가 목숨을 부지했다. 그의 죽음은 내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과연 나는 떳떳하게 살고 있는가?’

광주민중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는 대통령 자문보좌기관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를 새로 만들고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권력의 전면에 내세웠다. 국보위 상임위원장으로 임명된 전두환 씨는 대규모 숙청을 단행하면서 국민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이때 전두환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국 기독교가 담당했다. 당시 ‘조찬기도회’라는 기도회를 통해 전두환 정권의 태동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1980년 8월6일 한국 개신교의 내로라하는 목사들이 서울 시내 한 호텔에 모였다.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의 기획으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갖기 위해 모인 것이다. 실상 이 모임은 그해 5월1일부터 시작되었으며 8월 조찬예배는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교파를 초월해 인지도가 높은 교계 인사들이 모이게 되었다. 이날 조찬예배는 한 교단의 증경 총회장이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해 기도 드리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도록 해준 은혜에 감사 드립니다. 전 위원장이 남북통일,그리고 국가의 번영,민주화 실현 등 민족의 열망을 이루는 데 큰 일꾼이 되어 그 업적이 후세에 남도록 도와주십시오.”

70분간 진행되었던 조찬기도회는 당시 두 TV방송을 통해 생방송되었고 점심과 저녁에 재방송되었다. 기도회 후 8월16일 최규하 대통령이 하야했고 21일에는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전두환씨가 대통령 후보로 추대됐다. 얼마 후인 27일에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장충체육관에서 열려 대통령을 선출하는 등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 모든 행사는 9월1일 전두환 대통령 취임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광주민중항쟁 진압 후에 열린 8월의 조찬기도회가 실제적으로 신군부 집권의 서막을 열어준 셈이었다.

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참담했다. 가깝게는 내 친구 유동운은 물론 학생과 시민들이 백주에 사살을 당했는데 목회자들은 아침부터 모여 기도회를 갖고 신군부를 찬양한 것이다. 그런데 더 괴로웠던 것은 나 자신도 비겁하게 도망을 쳤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신학생이라는 것,그리고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실망은 신앙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목사가 되고자 했던 마음도 사라졌다. 한국 교회에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점차 꿈을 잃어가고 있었다.

정리= 박동수 편집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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