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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경의 열매] 김해성(5) 예배중 화재… 혼자 불속 뛰어들어
    Admin     2007/06/27 9:16 am

[역경의 열매] 김해성(5) 예배중 화재… 혼자 불속 뛰어들어

[국민일보 2006-10-01 17:56] 

목소리가 변변치 못해 ‘깔따구’로 불렸던 나는 중학생 때 학교까지 걸어다니며 친구와 함께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어-어-어”라고 소리 지르면서 장난을 쳤다. 그랬더니 변성기를 맞아 목소리가 변화됐고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되었다. 고교 때는 ‘임마누엘 남성 4중창단’의 베이스 파트를 맡아 열심히 공연하러 다니기도 했다. 교회에서도 학생성가대 베이스 파트를 맡았는데 내 자리는 맨 뒷줄 창문가였다.

어느 주일예배 도중이었다. 그날도 성가대석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창문 밖에서 ‘퍽’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다시 설교에 귀를 기울이려는데 또다시 ‘퍽’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다. 그러더니 창문이 터져나가며 불길이 예배실로 밀려왔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목사님께서는 설교를 중단하신 채 망연자실 불길만 바라보고 계셨다. 교인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성가대석 맨 뒷줄 중간에 앉아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목사님께 소리쳤다. “목사님,말씀을 계속하세요!” 나는 의자를 뛰어넘어 앞문을 통해 밖으로 달려나갔다. 계단 밑 창고에서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다. 석유와 연탄 등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었다. 부리나케 소화기를 찾아들고 겁도 없이 창고로 뛰어들어가 불길을 잡기 시작했다. 소화액이 바닥나자 나는 다른 소화기를 가져 와서 창고지붕을 뚫고 창고 안쪽의 불길을 진화했다. 뒤늦게 달려온 교인들은 창고 안으로 물을 퍼부었다. 마침내 불이 꺼졌다. 하지만 그날 따라 가장 아끼는 가죽점퍼에 칼날처럼 주름을 잔뜩 세운 바지를 입고 왔던 나는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가 됐다. 가죽점퍼는 한쪽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속이 상했지만 혼자서 불을 껐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그런데 이상하게 목사님께서 내게 ‘수고했다’거나 ‘잘했다’는 칭찬의 말씀을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물론 칭찬을 받기 위해 불속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아무 말씀도 없었다는 것이 당시 어린 내 마음엔 서운함으로 남아 있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위급한 일에 뛰어드는 것은 천성인 것 같다. 그래서 시위나 집회 때도 늘 앞장 섰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선택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도 있었다. 지금도 나의 가장 큰 기도 제목은 ‘순간의 선택을 올바르게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 선택의 가장 우선순위에는 언제나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義)를 구하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

학교와 교회를 오가던 고교 시절이 막을 내리면서 나는 진로 문제에 직면했다. 어려서부터 줄곧 목사를 비전으로 삼았던 터라 학과 선택에는 갈등의 여지가 없었다. 당연히 신학과를 원했다. 하지만 학교 문제는 달랐다. 신앙적 배경으로 보면 나는 성결교단 신학교를 가야 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형은 연세대 신학과에 다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있었다. 외삼촌도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 재학중 위수령 위반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상태였다. 두 분 모두 나에겐 가장 영향력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권고까지 더해져 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한국신학대학에 지원하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내 선택에 놀라고 의아해했다. 교회 목사님은 내심 섭섭해하시며 마지막까지 나를 설득했다. 나를 잘 키워서 후계자로 삼고 싶었는데 다른 교단으로 가게 되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내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셨다. 하지만 내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이미 한국신학대학 입학을 통한 새로운 삶의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정리= 박동수 편집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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