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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경의 열매] 김해성 (4) ″기쁘게 십자가의 길을 가겠습니다.″
    Admin     2007/06/27 9:15 am

[역경의 열매] 김해성 (4) ″기쁘게 십자가의 길을 가겠습니다.″
 
[국민일보 2006-09-28 15:21]  
 

 
서울 충암고 1년 때 중간고사를 마치고 집에 오자 난리가 나 있었다. 할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던 것이다. 할머니는 방에 모셔져 있었다. 와락 겁난 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신 없이 내 방으로 뛰어들어가 무작정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눈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할머니를 살려주세요!” 할머니께서는 매일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기도드리셨다. 추운 겨울에는 대청마루,여름에는 높은 툇마루가 기도처였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그리고 자녀와 손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드리는 기도였다. 죽으면 하나님 품에 안기신다면서 귀찮은 일,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이란 생각을 하자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태신앙이지만 나는 그때까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예수님이 죽은 나사로도 살리고,회당장의 딸도 살리셨으니 할머니도 살려주실 것이란 믿음으로 눈물의 기도를 계속했다.

“‘할머니만 살려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의 길을 가겠습니다.” 그때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서원 기도를 했다. 이미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있던 터였지만 왜 ‘십자가의 길’을 ‘기쁜 마음’으로 가겠다고 기도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이후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지셨고 14일 만에 깨어나셨다. 할머니께서는 8개월을 더 사셨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음을 믿고 있다.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의 길을 가겠다’는 서원 기도 때문이었는지 나는 목사가 된 이후 큰 교회에서 시무해보지 못했다. 늘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왔다. 많은 사람이 종종 “좀 편하게 살지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느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나는 재중 동포,외국인 근로자들과 부대끼는 이 삶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십자가의 길을 기쁘게 따라가겠노라고 드렸던 기도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내가 다니던 독립문 성결교회에는 학생예배가 따로 없었다. 학생들은 주로 주일 10시 예배에 참석했고 토요일 오후에나 따로 모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예배는 항상 모든 것이 어른 중심이었다. 고등부 학생회장이었던 나는 학생예배를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 주변 교회들의 학생예배 상황도 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공문을 만들어 담임목사님께 건의했다. 그런데 몇 주일이 지나도록 교회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알아보니 부목사님들이 담임목사님께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주일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에게서 모두 서명을 받았다. 서명지는 곧 담임목사님께 전달됐다. 그러나 교회의 입장은 확고부동했다.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도 없었다. 그래서 혼자 담임목사님 댁을 찾아가 말씀드렸다. “학생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건의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셨다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담임목사님은 화를 내시며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그러나 나는 못 나간다고 버티며 학생예배를 허락해달라고 더 큰 소리로 요청했다.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자 나는 비상연락망으로 학생들을 모집,주일 오전 교회에서 만난 뒤 서오릉으로 야외예배를 드리러 갔다. 결국 그날 2부 예배는 자리가 텅 비었고 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날 느지막이 집에 돌아오자 부목사님과 전도사님들이 와 계셨다. 이유인즉 담임목사님께서 “그런 애송이 하나도 다루지 못하는 모든 목회자들은 사표를 내고 교회를 떠나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집에까지 찾아와 부탁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고집으로 인해 그분들께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담임목사님을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를 드렸다. 담임목사님은 그 일로 부목사님과 전도사님들의 사표는 받지 않았지만 학생예배는 끝내 허락하지 않으셨다.

정리= 박동수 편집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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