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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 > 광장 > 칼럼 > [역경의 열매] 김해성(3)“아빠한테선 외국인 냄새가 나 ”

    [역경의 열매] 김해성(3)“아빠한테선 외국인 냄새가 나 ”
    Admin     2007/06/27 9:15 am
[국민일보 2006-09-27 15:21] 1972년 초등학교 5학년 가을,나는 서울에 유학하게 되었다. 전학 첫날,어깨에 책보를 둘러맨 내 모습에 아이들은 큰 소리로 “소풍 왔냐?” “책을 보자기로 싸가지고 왔네” 하며 놀려댔다. 나는 그 분위기에 압도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며칠 후 담임 선생님은 내게 국어책을 읽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몇몇 아이가 “했습니다∼”는 내 사투리 어조를 따라 하는 것이었다. 놀림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생님의 지시인지라 읽기를 계속했다. 이번엔 모든 아이가 합세해 내 말투를 흉내냈다. 끝내는 웃음보가 터지고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급기야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나와 반장을 나오도록 한 뒤 반장에게 내 뺨을 석 대 때리도록 지시했다. 얼마나 세게 때렸던지 내 얼굴은 반장의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채 부풀어올랐다. 뺨을 맞은 아픔도 아픔이지만 수업 시간에 집단적으로 나를 놀린 아이들을 혼내기는커녕 놀림 당하고 눈물 흘리는 시골 아이를 불러내 따귀를 맞도록 한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억울함 때문에 터지는 울음을 누가 막으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나를 본 선생님은 다시 반장과 나를 불러냈다. 그리곤 반장에게 아까보다 더 세게 때리도록 지시했다. 다시 뺨 석 대를 맞았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입술을 굳게 물었다. 소리를 내서 울었다가는 다시 뺨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여섯 대의 뺨을 얻어맞은 그 혹독한 경험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삶을 나누게 된 계기와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동중학교로 진학한 그 해 봄,나는 첫 등교 때부터 보름 동안 연이어 지각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 부근에는 20여 개의 학교가 밀집해 있었다. 통학 시간에 버스를 타는 일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나는 서로 먼저 타려고 몰려드는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늘 탈락하는 낙오자였다. 뒤늦게 학교에 가면 선생님의 꾸중과 함께 화장실 청소는 내 차지가 되었다. 나는 지각을 면할 요량으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걸어서 통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저녁 20여㎞를 걷는 일은 건강의 비결이 되었다. 지각생 딱지를 뗐을 뿐 아니라 차비도 저축하게 되었다. 그렇게 모은 비자금은 항상 어머니 몫이었다. 항상 살림에 쪼들리시던 어머니는 1년 동안 버스비를 모은 돈을 내놓을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시곤 했다. 중학교 2학년 무렵 시골에 남아 있던 가족이 모두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시골에서 농사일만 하시던 아버지가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 일을 찾던 아버지는 서울역 부근에 있던 조그마한 매점을 인수했다. 서너 평 남짓한 가게에서 열차 손님들에게 우동과 햄버거를 팔았다. 방학 때면 나도 나가서 일을 거들었고 밤에는 가게 천장에 달린 조그마한 공간에서 눈을 붙였다. 방학 중 예비소집일을 맞아 학교에 갔다. 그런데 한 급우가 “어디서 썩는 냄새가 난다”며 코를 틀어막고 얼굴을 찌푸렸다. 급우들은 저마다 그 냄새의 행방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코를 들이댔다. 결국 한 아이가 내 옷에서 문제의 냄새를 찾아냈다. 가게에서 밤낮 없이 구워대던 고기 냄새가 옷에 밴 것이었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언젠가 작은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이런 숙제를 받아온 적이 있다. ‘아빠 품에 안겨보세요. 무슨 냄새가 나나요?’ 그 숙제 밑에 작은딸은 또박또박 서투른 글씨로 이렇게 적어놓았다. ‘외국인 냄새가 난다.’ 13년 전 옷에 밴 고기 냄새가 부끄러웠던 그때와 다르게 이제는 내게서 외국인 냄새가 난다는 것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정리= 박동수 편집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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