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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경의 열매] 김해성 (2)“난 커서 장로님 될거야”
    Admin     2007/05/31 4:52 pm

[역경의 열매] 김해성 (2)“난 커서 장로님 될거야”관리자
2006년 11월 06일 14시 55분 51초
[역경의 열매] 김해성 (2)“난 커서 장로님 될거야”

[국민일보 2006-09-26 16:00]

나의 어머니(안월순 전도사)는 전주여고 재학 시절 예수님을 영접했다. 방학하자 집에 내려온 나는 당돌하게 믿지도 않는 아버지를 설득해 땅을 기부하도록 했고 그 위에 교회를 세웠다. 그 교회가 봉동 율소교회다. 한편 나의 증조 할아버지(김성규 장로)는 한국 기독교 초기부터 예수를 믿어 장로가 되셨고 그 동생(김응규 목사)은 목회자가 되었다. 한국 교회 초창기 믿음의 가정인 셈이다.



아버지(김문재 장로)는 어머니와 결혼한 뒤 3년이 지나도록 자녀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나처럼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의 종으로 바치겠다는 서원기도를 드려 첫아들을 낳았고 이어 둘째 아들(필자)과 딸 둘을 더 가지셨다.

전북 익산군 춘포면 인수리 봉개 마을. 끝없이 펼쳐진 호남 평야의 한 자락이 내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순박한 주민들이 오순도순 모여 살던 작은 마을에는 아담한 교회 하나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골의 작은 교회였기 때문에 목회자는 없었고 고 장로님이라는 분이 청소부터 설교까지 죄다 맡아 하셨다. 어린 시절 내겐 그것이 무척 좋게 보였던 것 같다. 사람들이 형에게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라고 물으면 형은 꼭 “목사님”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 장로”라고 외쳐댔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꿈은 목사로 바뀌었다. 형을 따라 나도 목사가 되겠다고 했다.

똑같은 꿈을 꾸며 자랐던 우리 형제는 결국 둘 다 목사가 되었다. 형은 국제투명성기구 이사,국가청렴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반부패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거성 목사다.

우리 집에서는 아침마다 가정예배를 드렸다. 먼저 찬송을 하고 성경을 봉독한 뒤 손을 잡고 기도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한참 기도를 드리시는데 갑자기 방방귀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내 옆에 있던 형이었다. 경건하게 기도드리는 중에 어떻게 웃을 수 있으랴. 우리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때 돌연 “이제는 예배 시간에 방귀를 뀌지 않게 해주시고…”라는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우리 가족의 참았던 웃음보는 일제히 터지고 말았다.

여름이 되면 논길에 하루살이가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것을 ‘깔따구’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릴 때 내 별명이 바로 ‘깔따구’였다. 나는 ‘깔따구’라는 별명이 달갑지 않았다. 세상에 크게 공헌하고 살다가는 존재가 아닌 하루살이라는 뜻이 불명예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깔따구’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병약했기 때문이다. 나는 저녁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만큼 비실거렸고 목소리도 매우 작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엔 한동안 학교에 가는 날보다 집에 누워 있는 날이 더 많았다.

늘 입맛이 없던 나를 위해 부모님은 머리맡에 갖가지 과일과 과자 등 간식거리를 놓아주시곤 했다. 잠들었다 깼다를 몇 차례 반복하고 나면 형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형이 과자 한 개만 달라고 요구하면 나는 “과자가 먹고 싶으면 엉아도 아파라!”라며 인색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형을 ‘엉아!’라고 불렀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전화 통화든 공식 모임에서든 나는 형을 늘 ‘엉아’라고 부르고 이런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내 사전엔 ‘형’이 없다. ‘엉아’만이 있을 뿐이다.

정리=박동수 편집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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