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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에서의 두번째 편지 - 죽음의 땅 무자파라바드
    Admin     2007/05/31 3:42 pm

파키스탄에서의 두번째 편지 - 죽음의 땅 무자파라바드김해성
2005년 10월 21일 10시 18분 05초

죽음의 땅 무자파라바드(Muzaffarabad)의 슬픔

“이 안에 내 아내가 들어 있어요”


가까이 다가섰다.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남자 한 명이 맨손으로 연신 흙과 벽돌더미를 파헤치고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깨진 사이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간신히 한사람이 들어가 작업을 하고 있다. 안되겠는지 무어라 도움을 청하자 밖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이 나무막대기를 하나 전해 준다. 그 나무막대기로 흙을 파헤치고 흙과 벽돌, 깨진 콘크리트 조각을 연신 밖으로 들어 올린다. 완전히 파괴되어 무너져 내린 100미터 정도 높이에 70도 정도 되는 절벽 같은 급경사의 폐허 속에서 맨손으로 잔해더미를 파헤치는 것이다. 이미 열흘이나 지났는데 무슨 중요한 것이라도 찾으려는 것일까? 캠코더를 들이대고 촬영을 하다가 통역하는 친구를 통해 물었다.
“내 아내가 이 속에 들어 있어요”
그의 아내가 그 잔해더미 밑에 있다는 말이다. 그 자리는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도 진입할 수 없는 위험지역이다. 매일이다시피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언제 어떻게 또다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위험지역이라서 그런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살을 맞대고 살았을 부인의 시신이라도 찾고자 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도 죽음의 자리에서 간신히 살아 나와서 그런지 정신이 없어 보인다. ‘잔해를 들쳐 내고 시신을 찾으려면 무슨 연장이라도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성적인 판단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 무너진 마당에 연장조차 남아 있지 않아서 이렇게 작업을 하겠지’ 하는 한가로운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왜 이제 와서 발굴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상념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햇볕을 반사시키며 모른 척 흘러가는 절벽 아래 건너편 강변 모래밭에는 이재민들을 위한 천막 수백 개가 즐비하게 도열하고 있다. 금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총 5만여 명 중 여기 무자파라바드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총 1만 5천 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한다.

지진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고 하는 파키스탄의 재해지역인 무자파라바드 에 갔다. 파키스탄의 북쪽 지역에 자리하며 고산지역에 위치한 도시로서 시원하고 쾌적한 지역이다. 무자파라바드에 진입하기 위해서 같은 극심한 재해지역인 발라코트에서 5시간의 여행을 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한국에서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미시령의 5배쯤이나 험준하고 높고 긴 절벽 위를 곡예하듯이 달렸다. 무자파라바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엄청난 사람의 차량의 물결이 길을 막고 넘실거렸다. 도로에는 끊임없이 경보음을 울리며 지나가는 앰블런스와 구호물품을 가득 실고 줄을 서서 느리게 진행하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느리게 움직인다. 넓은 운동장에는 헬리콥터의 굉음과 함께 날개 바람에 흙먼지 구름이 피어 오른다. 이에 질세라 귀청이 터지도록 울려대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와 경찰과 군인들의 호각소리가 정신을 사납게 한다. 흙먼지는 피어오르고 길을 정리하는 중장비 차량들이 한쪽 차선을 막고 작업 중이다. 그런데 그 도로의 중앙선을 표시하듯이 길 한가운데로 길게 갈라진 쩍 벌어진 상흔이 길게 연결되어져 있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오고 다시금 무너져 내리면 어찌되나 하는 아찔함에 현기증이 몰려온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위쪽도 온통 무너져 내려 있다. 산 중턱을 깍아 만든 도로의 위 아래 모두가 온통 폐허이다. 도시에 진입하는 입구부터 모든 담장이 무너져 있고, 축대가 붕괴되면서 쏟아 놓은 흙더미와 무너진 집들의 잔해가 그대로 있다. 치우고 정리를 한 것은 차량이 통행해야 하는 도로 정도에 불과하다.

발라코트 지역의 난민 캠프에서 천막촌 소년 하나를 만났다. 그는 이마에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파룩이며 나이는 열 살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과 유엔아동기구(UNICEF)가 만든 210개 천막 중 한 채를 차지하고 있다. 부모님과 어린 동생 3명과 함께 여섯이 살고 있다. 캠코더를 들이대자 얼굴을 찡그리며 이내 얼굴을 가린다. 통역을 통해 설명을 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파룩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랑또랑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진으로 인해 집이 무너졌단다. 어떻게 머리를 다쳤는지를 묻자 그는 서슴없이 팔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서더니 바지를 벗어 내렸고 허벅지의 상처를 보여 주었다. 뒤로 돌아서더니 등을 걷어 올렸다. 거기에는 이미 아물어 가는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서는 묻지도 않았는데 두 살배기 동생은 집이 무너질 때 깔려 죽었다고 말한다. 이내 어린 소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의 무모는 울다가 지쳤는지 아들의 서슴없는 발언에도 표정이 없다. 이 난민캠프에는 하루를 종일 걸어서 왔다고 한다. 몇 가지를 더 묻다가 한국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에 힘을 주며 또랑또랑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는 먹을 것이 없고, 여기에는 물도 없어요?”
“집도 없고, 가스도 없어요?”
“내 동생도 없어요?”

누가 이 상처투성이 어린 소년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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